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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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스토리인 시리즈의 8번째 책이다. 2010년대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큰 줄기에 대해 다루었던 이은용 기자가, 이번에는 설거지하는 수세미를 손에 들고서 느낀 바를 책으로 묶어내었다.

      설거지를 ‘여자의 일’로 칭하며 여전히 부엌에 발도 디디지 않는다고, 전기밥솥도 열 줄 모르며 라면도 끓일 줄 모른다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남자들을 텔레비전 등 여러 미디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2021년. 이은용 기자는 가만히 앉아 자신은 왜 설거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또 얼마나 오래 해왔는지를 헤아려보았다.

      이은용 기자는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설거지에 얽힌 이야기를 담담하게, 때론 웃음을 섞어가며 풀어 내려간다. 그는 지금까지 가사노동을 ‘하찮은 일’로 치부해왔던 수많은 한국 남성들을 점잖게 꾸짖는 한편, 직접 싱크대에 서서 자신이 먹은 밥그릇의 밥풀을 긁어내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분명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목차
      머리말_ 설거지하는 남자

      1 처음
      핫도그 열 개
      눈물짓는 며늘아기
      징글징글하게

      2 시간
      40분쯤
      남자 몸과 마음이 닿는 만큼

      3 젖병
      병 같은 남성성
      G 중사
      아빠 말고 엄마

      4 횟수
      수세미와 거품과 머릿속
      하나 둘 셋 마음으로

      5 자국
      나는 네가 지난날 한 설거지를 알고 있다
      참으로 모진 설거지 특훈

      6 원칙
      셀로판테이프 조각
      뒷갈망

      7 집
      신문사 원산폭격
      아버지의 설거지
      서울 간 누이

      8 지구
      삶 크기
      지구 씻는 설거지맨

      꼬리말_ 보따리 든 남자

      참고문헌
      저자 소개 (이은용 )
      기자로 살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재미있고 이로운 글 쓰며 삶 내내 흔들림 없이 웃고 싶습니다.

      편집자 리뷰
      누구에게나 고르고 판판한 세상을 위해 수세미를 들다

      ‘남자가 부엌에 가면 고추 떨어진다’는 말이 낯설게 여겨질 때는 언제쯤일까요? 2021년이 되었어도 왜 이 말은 아직까지 종종 들려오는 걸까요?

      몸 밖으로 불거진 생식기가 없다는 ‘죄’로, 부엌과 빨래터로 내몰리고 기어가며 방바닥을 닦아왔던 수많은 여자들은 이제야 허리를 펴고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고, 단순히 여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직장이 있든 없든 가사노동의 무거운 짐을 혼자만 짊어지는 건 불평등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런 사실을 당연히 여기고 있거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도 모른 척 뒷짐 지고 있습니다. 이은용 기자는 자신 또한 남자라는 이유로 눈 감고 편히 지내던 시절이 있었음을 죄스럽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짝을 대신해 싱크대 앞에 선 순간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설거지는 ‘사람에게 고르고 치우침 없어 한결같은 세상을 향해 한국 남자가 집에서 스스로 내디뎌야 할 첫걸음’입니다.

      2020년 구월 2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이은용 기자가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중에서 여성의 집안일 하루 평균 시간은 3시간 7분, 그러나 남성은 1시간도 되지 않는 54분을 기록했습니다. 남성은 한번도 집안일을 ‘자신의 일’이라 여겨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말입니다.

      이은용 기자는 이 책을 집어든 남자들에게 직접 설거지를 시작할 것을 권유하며, 자신이 설거지를 하고 밥풀을 긁어내며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갓 싱크대에 서서 설거지를 하며 느꼈던 허리의 통증을. 자신이 하루 동안 해왔던 설거지의 시간을. 밥을 먹은 뒤 자연스럽게 수세미를 잡으며 시작되는 설거지의 그 과정들을. 자신이 모르는 새 남겨놓았던 하얀 세제 자국과 그것을 지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던 ‘특훈의 시간’들을. 그리고 이와 동시에 세계사에서 그동안 가사노동과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여성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도 톺아봅니다.

      수세미를 쥔 그 손이 누구나 즐겁고 평등한 세상을 꽃피울 씨앗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이은용 기자, 설거지가 의미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서, 설거지가 현재 발 딛고 선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사고하는 그의 목소리에 한번쯤 귀 기울여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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