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밖에서 남해를 본다.
남해 안에 있을 때는 남해가 보이지 않았다.
남해의 품만 보였다.
거리를 두고 남해를 보니 남해가 내 것이 아니라 그냥 남해로 보인다.
예전에 알았던 남해가 아니다. 남해의 품이 따뜻해서 오래 머물고 싶었다. 귀촌해서 평생 살고 싶을 정도로 남해를 좋아했다.
지금은 그냥 남해는 남해고 나는 나다.
남해는 남해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는 자유가 남해와 나 사이에 살고 있다.
남해와 나 사이에서 그와 나 사이를 본다.
따뜻함은 잠깐이고 이내 답답해져 지금의 남해와 나처럼 거리를 두는 게 좋다.
그 거리가 바람이 통할 수 있는 자유를 선물로 주었다.
가끔은 추위를 혼자서 견뎌내기도 했다. 그래도 그와 나 사이는 이만큼의 거리가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다.
- 「지금 니 생각 중이야」 23-24쪽.